설날이 다가오고, 또 어머니 첫 기일이 다가오니,
요즘 많이 우울하다.
내가 살고 있는 꼴도 우습고, 가족도 그렇고..
내가 하는 프로젝트 돌아가는 것도 우울하다.
작년 설엔 난 어머니 병상을 지켰다. 그 때까지 만해도 어머니께서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폐암으로 투병하고 계셨고, 머리까지 암이 전이 되서 그 당시에는 말씀 한 마디도 못하셨다. 하지만, 분명히 의식이 계셨다.
그 당시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어머닌 기저귀를 차셔야했다. 설날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그 분이 죽어가시는 걸 본다는 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픈 일이었다.
잠시후 간호사가 와서 어머니를 살피더니 대변을 보신것 같다고, 자기가 기저귀를 갈아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냥 멍하니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눈을 크게뜨고 분명하게 나보고 나가있으라고 손짓과 말씀을 하셨다. 어쩌면 내가 들은 어머니의 또렷한 목소리는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아들에게만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않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다.
생의 끝자락에서 어떤모습으로 마지막에 기억에 남을 것인가?
적어도 우리 어머니는 이 물음의 답은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자였다.
난 생전에 우리 어머니께 못생겼다고 놀리고 장난 쳤던 아들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내게 우리어머니는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이셨다.
그 일이있고 난뒤 난 회사때문에 서울로 올라왔고, 2월28일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한테 달려 내려갔다. 어머니는 가뿐 숨을 몰아쉬고 계셨다.
그 가뿐 호흡 중간에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유언인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어머니의 말씀이 아니라 우리가족들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신 가래 끓는 소리로 가뿐 호흡을 하고 계셨기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몇몇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기에.
나는 오늘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정해진 인생의 시간을 마치고 눈감게되어 나 혼자 남겨졌을 때. 나의 거친 호흡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은 누굴까? 내가 누군가를 행해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가끔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좀 더 잘 살았으면 어떻게 됐을 까? 생각을 한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더 좋은 집에 살면서, 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해왔다면.
아마, 그렇게 된다고해도. 어머니의 임종의 모습이 달라질 건없을 것 같다. 어머니께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사셨으니 돌아가실때 덜 슬플 수는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인것 같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사랑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의 품속에서 눈을 감는 행복도..
주위에 보면 사랑으로 시작하긴 쉬워도 사랑으로 끝내기는 상대적으로 쉽지않은 것 같다.
이밤 인생의 목표 중 하나를 내 생이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면 내 손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붙들려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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